Januar

2022년 1월호

 

여러분 안녕하세요. 가을이 성큼 다가온 11월 입니다. 가을을 넘어 벌써 겨울이 온 것은 아닌가 느껴지는 날씨입니다. 올해는 참 휙휙 지나가는 한 해인 것 같습니다. 어수선하다고나 할까요. 정신 없이 지나간 한해. 이제 그 2020년도 단 2달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좀 더 올해보다 나은 한 해가 되기를. 움츠러들었던 2020년만큼 더욱 활짝 피어나는 2021년을 기대하면서 여행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자연이 만들어 낸 데칼코마니

 

 

평야를 지나고 지나, 연속된 풍경의 지루함이 몸의 찌뿌듯함으로 승화될 무렵, 목적지에 다다랐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인가 싶었습니다. 국도와 고속도로의 중간쯤 되는 어느 길에서 우리를 태운 차량은 샛길로 핸들을 꺾었습니다. 그 길과 뜬금없이 이어진 논두렁 같은 길을 한 50M 지나 갯벌 초입 비스름한 곳에서 우리는 내렸습니다. 하얀 소금이 콕콕 박힌 진흙. 그것의 촉감을 느끼듯 조심스럽게 밟으며 우린 본능적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그 시야 너머에는 물과 빛이 반반 섞인, 아니 서로 뒤엉킨, 난생처음 보는 어떤 풍경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수학에서 8자를 눕힌 모양의 무한대를 풍경으로 시각화한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요. 저의 시야를 방해하는 그 어떤 것도 없습니다. 오로지 태초에 저와, 물, 소금, 그리고 하늘. 이 단 네 가지 것만으로 온 세상이 창조되고 유지됐던 것 같습니다. 거울을 마주 보고 세워 끝없이 펼쳐진 무한의 반사를 옮겨 놓은 듯한 연속된 빛의 향연입니다. 범접할 수 없는 압도적인 상대를 만난 듯, 그 자리에서 몸이 굳었던 것은 결코 허튼 과장이 아닙니다.

 

소금을 밟는 사각 사각거리는 소리. 그것이 그려낸 물의 파동은 호수의 물결로 이어졌습니다. 한 발짝 마다 여러 겹의 물결이 저 끝없는 지평선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경계가 허물어질 무렵, 걸음을 멈췄습니다. 호수 한가운데 우뚝 서서 360도를 돌며 면면을 눈에 담았습니다. 특정 각도에서 각기 다른 색을 반사하는 소금물의 빛깔은 분홍에서 흰색으로 그리고 하늘의 색을 그대로 반사하여 눈에 닿고 있다. 비현실적인 색감과 거리감. 몽환의 경계. 그곳에서 나는 하늘과 땅의 중간 어딘가에서 새로운 시공간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작열하는 태양이 위에서 그리고 소금에 난반사 된 빛이 아래에서 온몸을 태우고 있었지만, 그것은 크게 방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 경이로움에 취해 그런 것은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저 어떻게 이 거대한 아름다움을 한낱 초라한 기계들에 최대한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친구와 저는 이 황홀함에 젖어 서로의 사진을 무수히 찍었습니다. 제가 볼 수 없는 저의 반사된 모습은 상대방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자연이 만들어낸 데칼코마니. 특유의 독특함으로 무장된, 실로 이 신비한 경험을 무척이나 자랑하고 싶었던 사진들. 사진들이 디바이스의 메모리를 가득 채울 무렵, 그리고 해의 위치가 처음과는 조금 달라졌을 무렵, 우린 각자 무언가를 담은 채로 그 호수에서 나왔습니다.

 

참고로 사진은 효과나 보정이 없는 날것 그대로의 사진입니다.



● 카파도키아의 밤

 

 

숙소에 도착하니 이미 날은 어둑해져 있었습니다. 최대한 서둘러 보았지만 역시나 거리가 꽤나 있었습니다. 그래도 후회는 없었습니다. 다른 일정을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었기 때문이지요. 카파도키아의 밤은 낮과는 또 다른 풍경에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특히나 고지대에 위치한 호텔 덕에 마을 내려다보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구경도 식후경이지요. 차량 이동만 거의 4~5시간을 했으니, 저흰 너무나 허기진 상태였습니다. 오전에 너무나도 큰 도움을 받았던 직원 분에게 다시 한번 도움을 청했습니다. 원래 가려고 했던 식당 리스트를 건네며 여긴 어떻고 저긴 어떻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딱히 확 꽂히는 것이 없던 우리는 직원분께 추천을 받았습니다. 그 대망의 식당은 바로 이 호텔이었습니다. 자기 호텔이 음식이 은근 괜찮다고 하시는데 과연 이것이 상술인지, 진심인지는 모르겠으나 받은 도움이 떠올라 한 번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보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리에만 앉아도 꽤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느낌이 납니다. 음식 맛을 보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지요. 뷰가 좋고 날씨가 좋으니 절로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오전 오후의 일정이 너무나도 좋은 추억으로 남았기에 정말 더욱이 바랄 것이 없는 하루입니다. 밥이 조금 맛이 없을 수도 있지요. 오늘은 괜찮은 하루입니다.

 

주문한 메뉴는 양갈비와 항아리 케밥. 항아리 케밥은 카파도키아에서 유명한 음식입니다. 말 그대로 항아리 모양의 도자기에 고기, 감자, 버섯 등 여러 야채를 넣고 푹 익힌 케밥입니다. 약간은 매콤한 국물이 같이 있어서 한국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보통 항아리에 매콤한 양념과 재료를 끓이고 바로 눈 앞에서 항아리를 깨어 서브해줍니다. 저희도 역시 눈 앞에서 항아리가 깨지는 광경을 보았으나,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보여드리지 못하는 점 아쉽게 생각합니다.

 

양갈비는 촉촉하고 부드러웠습니다. 정말 기대 없이 시킨 메뉴인데, 은근 살이 많고 알차더군요. 비린내가 살짝 있긴 했지만, 양의 육향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부담스럽게 다가오지는 않더군요. 그리고 항아리 케밥은, 역시였습니다. 육개장을 먹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약간은 매콤 짭짤한 국물에 새우 야채 고기가 푸짐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크게 퍼서 빵과 함께 먹으면, 왠지 모르게 한국의 느낌이 나더군요. 날씨도 쌀쌀해질 때 쯤이라 너무나 잘 어울렸습니다. 저녁까지 완벽한 하루였네요.



● 벌룬 투어. 과연 할 수 있을까

 

 

저녁식사를 먹은 우리는, 거의 바로 잠에 들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지요. 전날 역시 새벽 3시쯤 일어났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 할 순 있겠지만, 그럴 수 밖에 없던 일정이었습니다. 바로 벌룬 투어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벌룬 투어는 새벽 5시에 호텔 로비에서 모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에 벌룬 투어 버스들이 사람들을 태우러 호텔에 도착합니다. 물론 도착을 안 할 수도 있습니다. 괜히 일어났다가 다시 그대로 자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태우고 가는 도중에 돌아오기도 합니다. 이것은 당일 날 그 시간이 되기까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 조건은 바로 날씨 입니다. 이 벌룬 투어는 터키 국가에서 관리하는 여행상품 입니다. 그래서 인명 사고에 엄청나게 민감한가 봅니다. 날씨가 흐리고 눈이 오고 비가 오고를 떠나서 바람이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면 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벌룬 투어 비용은 환불이 되고, 그 날 운영을 하지 않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것이 여행을 오래 간 사람들은 다음날이라도 노릴 수 있겠지만, 이렇게 짧게 오는 사람들에게는 정말이지 복불복의 투어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2.5 일을 잡았으니, 오늘 타지 못한다면 내일 하루밖에 기회가 남아있지 않은 것이죠. 그래서 전날부터 계속해서 날씨를 찾아보고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저희는 벌룬 투어를 할 수 있었을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주에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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