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

2022년 1월호

 

여러분 안녕하세요.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1년 새해, 다짐들은 잘 하셨는지요. 연일 이어지는 코로나 확산세로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요즘, 새해는 조금 다를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안고 맞이해야겠지요. 반드시 이겨낼 것이고, 이겨내야만 합니다. 힘들고, 조금 수고스러우시겠지만 방역과 위생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부탁을 드리며 여행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다른 시간. 다른 높이에서의 풍경.

 

 

여행지에서의 오후 7시는 저에게 있어서 늘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매직아워라고도 불리는, 바로 일몰을 볼 수 있는 시간이죠. 하늘이 시시각각 변하는 그 순간을 놓치기 싫어 항상 6시부터 8시는 무조건 야경을 보는 시간으로 남겨두었습니다. 도시의 매연과는 조금 멀리 떨어진 일정 높이의 곳. 혹은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다 들어오는 곳. 도시의 빽빽한 야경들. 어둠에 도전장을 내밀듯 솟아오른 빌딩들의 빛. 그 빛과 어둠이 상충 혹은 공존하여 만들어낸 몇 장의 검은 점묘화. 그것을 좋아하던, 그것을 보기 위해 여행을 하던 저는 2019년 10월 14일, 완전히 새로운 충격에 마음을 빼앗겨버렸습니다.

 

일몰의 시각이 아닌 일출의 시각, 오전 7시. 오늘은 벌룬이 뜨는 날입니다. 새벽 5시부터 우리를 태운 승합차는 우리를 광활한 평지로 데려갔습니다. 흙바람이 이는 그곳, 아직은 해가 뜨기 전의 시간입니다. 비행 준비에 여념 없는 수십, 수백 개의 열기구는 어둠을 밝히는 커다란 무드 등이 되어 있습니다. 장관입니다. 간간이 들리는 치이익 거리는 점화 소리.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의 열기. 그것과 함께 부풀어 오르는 열기구의 풍선만큼이나 마음도 역시 팽창하고 있습니다.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 그리고 이내 두둥실, 열기구는 떠올랐습니다.

 

불길이 솟는 치익 소리와 함께 두둥실 좌우로 살짝 움직이며 열기구는 지면에서 떨어집니다. 천천히 그리고 고요히 우리는 하늘에 닿고 있었습니다. 열기구는 꽤 높이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안정적이었습니다. 하늘에 어떤 축을 고정하여 도르래를 이용해 천천히 끌어올리듯. 불안함을 느낄 어떤 작은 흔들림조차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어떤 높이에 이르자, 터키에 온 이유이자 그토록 꿈꾸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야 뒤편의 산에 빼꼼 걸려있는 태양. 주황색과 밝은 하늘색이 적절히 섞인 톤을 배경으로 카파도키아의 독특하고 아찔한 협곡. 그리고 공중에 촘촘히 점 찍힌 색색의 열기구들. 이는 다른 세계, 혹은 다른 행성으로 불시착하는 도중 바라볼법한 풍경과 같았습니다. 이렇게 자연과 인류의 노력이 하나가 된 풍경의 조화는 탄식 섞인 감탄만을 자아내게 합니다. 바람만큼이나 고요한 16명의 정적.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걸까요.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 불쑥 솟는 이상한 마음입니다. 너무 좋다는 생각보다, 이것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이상하게도 그런 마음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딴에는 수많은 나라, 수많은 곳에서 꽤 다양하고 멋진 경험들을 해왔다고 우쭐함을 갖고 살았었는데, 그 마음이 한순간에 쪼그라들었습니다. ‘역시 세상은 넓구나. 아직 한참 멀었구나. 그리고 아직 많이 남았구나.’ 그만큼이나 아찔하고 감동적인 광경이었습니다.

 

그렇게 열기구는 1시간 동안 비행했습니다. 위로 아래로. 협곡 사이 사이로. 주택가의 지붕 위로 비행했습니다. 모두가 다양한 방향을 볼 수 있도록 뱅글뱅글 돌기도 했으며 동서남북 방향으로 네 번에 걸쳐 좀 더 오래 눈에 담을 수 있는 시간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카파도키아 대자연의 모든 면면을 보았다. 위대한 하늘과 평야, 그리고 협곡. 자연이 가진 압도적인 크기에서 나오는 경외감. 그 한 시간 동안의 공중비행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새로운 다짐을 품게 했습니다.



● 카파도키아의 역사 - 그린 투어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간단히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일정을 위해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오늘의 오후 일정은 그린투어 입니다. 그린투어는 카파도키아에 있는 대표 투어 중 가장 먼 코스를 가는 투어입니다. 오늘도 역시 빡빡한 일정. 거의 반나절 이상이 소요되는 여정이지요. 카파도키아의 전체적인 역사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코스는 괴레메 파노라마, 데린쿠유 지하도시, 으흐랄라 계곡 트레킹, 피죤벨리의 코스입니다.

 

이번 그린투어가 특별했던 것은 한국어로 진행되는 투어였기 때문입니다. 가이드는 터키 사람이었는데, 한국어를 아주 유창하게 구사합니다. 간간히 욕도 섞을 줄 아는 것으로 보아 한국어 실력이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터키로 오는 모든 방송을 본인이 주관한다고 합니다. 당해 방송되었던 이타카로 가는 길이라는 방송의 윤도현, 하현우와 함께한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짠내 투어, 원나잇 푸드트립도 본인이 맡았다고 합니다.

 

투어는 편했습니다. 원체 이런 투어 같은 것을 잘 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체력이 바닥날 것 같았습니다. 터키에 도착한 이후로 4시간 이상 잔 적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버스 이동 간 잠깐의 졸음은 너무나 꿀맛 같은 휴식이었습니다.

 

첫 번째 코스는 괴레메 파노라마였습니다. 어제의 러브밸리와 풍경이 비슷하더군요. 두 번째 코스는 지하 20층까지 이어지는 지하 도시, '깊은 우물'이라는 뜻을 지닌 '데린쿠유‘ 였습니다. 기독교인들이 이슬람교도들을 피하여 여기서 살았다고도 합니다. 이 곳이 굉장히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엄청 시원했기 때문입니다. 10월 중순의 날씨에도 터키는 매우 뜨겁더군요. 특히나 햇빛이 강했습니다. 밤에는 춥고 낮에는 무더운 건조한 날씨더군요. 그런 상태에서 낮에 땡볕에 돌아다니는 일은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간에 지하도시로 들어가니 너무나 기분이 좋더군요. 햇빛도 없고, 동굴의 시원함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셀리메 수도원.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카파도키아 하면 떠오르는 그 기암괴석을 실제로 접해본 것이지요. 셀리메 수도원은 바위산을 뚫어 만든 말 그대로 진짜 수도원입니다. 기암괴석과 수도원의 조화. 불협화음 같지만 그렇게라도 생존하고픈, 본인들의 것을 지키고픈 당시 인간들의 수고가 그대로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마지막 코스는 으흐랄라 계곡 트래킹. 마치 미국 LA에 다시 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협곡과 산맥에서 대 자연의 싱그러움을 그대로 맛보고 왔습니다. 중간에 맥주 한잔의 여유도 너무 좋았고요. 친구와 천천히 걸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 카파도키아에서의 마지막 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카파도키아에서의 마지막 밤을 준비합니다. 마지막 밤은 조금 여유 있게 한숨 돌리는 느낌으로 천천히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도 직원의 추천을 받아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저녁 메뉴는 ‘피데’ 피데는 밀가루 반죽을 둥글고 납작하게 만들어 화덕에 구운 터키의 전통 빵입니다. 터키에서는 일상 음식으로 먹는 대중적인 빵이지요. 이탈리아 요리인 피자가 피데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터키식 피자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피데는 역시나 익숙한 맛입니다. 누구나 좋아할 부담 없는 맛입니다. 뭐 빵에 치즈가 올라갔으면 그 자체로 이미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이겠죠. 같이 주문한 양갈비와도 너무나 잘 어울렸습니다. 피데와 양고기를 같이 먹으면 양고기 피자를 먹는 것 같은, 상당히 이색적인 맛이었습니다.



 

그리고 식당의 또 다른 재미는 고양이들이 참 많았다는 것입니다. 터키에는 정말 길고양이들이 많더군요. 어딜 가나 고양이 천국입니다. 그리고 도망가지 않고, 앞에서 어리광과 애교를 부리는데 현지인들은 질색하고 관광객들은 반기는, 묘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식당도 마찬가지였고요. 우리는 계속해서 음식을 조금이라도 주려 하는 반면, 식당 주인은 쫓아내는데 혈안이 되어있었습니다.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빵을 떼 주며 아기 고양이와 함께 저녁을 즐겼습니다.

 

저녁을 먹은 우리는 카파도키아의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그 동안 걸어보지 못한 동네를 한 바퀴 돌며 골목 구석 구석을 다녔습니다. 그러다 숙소에 돌아와선 이 호텔에서 키우는 파묵이라는 흰 고양이와 놀았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털이 흰 고양이인데 너무나 귀엽습니다. 파묵이라는 이름은 터키의 유명 관광지 파묵칼레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도망가던 녀석이 손을 타니 졸졸 쫒아 다니는 것이 전형적인 개냥이입니다. 나중엔 옥상에서 와인 한잔을 하고 있는데 올라와서 무릎 위에서 잠을 자더군요. 옷에 털이 달라붙어서 난리도 아니었지만, 너무나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렇게 파묵이와 사진을 찍으며, 술도 한잔 하며, 내일의 일정을 이야기했습니다. 내일의 일정 역시 5시에 일어나야 하는 강행군입니다. 그 이유는 역시나 벌룬 때문이었습니다. 오늘은 위에서 바라본 풍경. 그리고 내일은 아래에서 바라본 풍경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것을 보기 위해 이 높은 지대의 호텔을 잡은 이유기이기도 하구요. 타임랩스를 찍을 고프로 등을 챙겨두고 일찍 잠에 청했습니다.

 

여행기는 잘 보셨는지요. 다음 호에는 아래에서 바라본 벌룬 투어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더 멋진 사진으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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