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

2022년 1월호

이미지 출처: ㈜씨제스엔터테인먼트

 

9월호 힐링카페를 맡은 ‘머글(덕후가 아닌 일반사람)에서 입덕까지! 필모(filmography} 뿌시기’의 박혜량입니다! 처음 선보이는 코너이기에 간단히 소개하자면, 랜덤으로 뽑은 배우의 작품 가운데 필자’s PICK 작품을 선정하여 하나하나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관심이 없던 분들도 관심이 생기게 영업하는 코너입니다!

 

[WARNING] 다분히 개인의 취향과 관점, 생각이 들어가있으므로 영업 당해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또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을 수 있으니, 이 점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서론은 여기까지, 첫 번째 배우 설경구, 지금 필모 뿌시러 갑니다.

 

 

● 설경구, 당신은 누구십니까?

 

· 이름: 설경구        · 생년월일: 1967. 05. 14(현재 53세)

· 데뷔: 1993 연극<심바새매>조연

· 수상: 2018 제9회 올해의 영화상 남우주연상 외 20건

· 필모그래피:

1999, 송어 (민수)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김) / 박하사탕 (영호)

2000, 단적비연수 (적) /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김봉수)

2002, 오아시스 (홍종두) / 광복절 특사 (재필) / 공공의 적 (강철중)

2003, 실미도 (강인찬)

2004, 역도산 (역도산)

2005, 공공의 적 2 (강철중)

2006, 열혈남아 (심재문) / 사랑을 놓치다 (우재)

2007, 그놈 목소리 (한경배) / 싸움 (상민)

2008, 강철중: 공공의 적1-1 (강철중)

2009, 해운대 (최만식) / 용서는 없다 (강민호)

2010, 용서는 없다 (강민호) / 해결사 (강태식) / 카멜리아 (Kamome 용수)

2012, 타워 (영기) / 공공의 적 2013 (강철중)

2013, 스파이 (철수) / 소원 (동훈) / 감시자들 (황반장)

2014, 나의 독재자 (김성근)

2015, 서부전선 (장남복)

2017, 살인자의 기억법 (김병수) /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한재호) / 루시드 드림 (송방섭)

2018, 우상 (중식)

2019, 생일 (정일)

 

 

● 설경구의 TMI

 

이미지 출처: ㈜씨제스엔터테인먼트

 

1. 설경구는 사실 연기를 할 생각이 없었고, 연출을 하다가 선배의 권유를 통해 연극을 처음 시작했다고 합니다.

2. 불한당을 찍고 난 후, 배우 생활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좋아해주는 팬들이 있어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 먹었다고 합니다.

3. 어렸을 때 별명을 설거지라고 알려줬지만, 하도 옆에서 한입만 한입만 해서 ‘껄떡쇠’였다고 합니다.

4. 매일 줄넘기를 3000개 씩 한다고 합니다. 술을 마셨을 때도..

5.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떡볶이입니다.

6. 스크린에 등장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캐릭터의 첫 장면이라고 합니다. 첫인상에 대하여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합니다.

7. 하루 아침 겸 점심으로 1일 1식을 한다고 합니다.

8. 살인자의 기억법을 선택한 이유는 연기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입니다.

9. 프로필 몸무게는 미정입니다. 때에 따라 몸무게를 20kg까지 증량하거나 감량할 수 있다고 합니다.

10. 여대 연극부 연출 가르쳐주는데 여대 들어가는 것이 부끄러워서 학생식당 아줌마한테 일부러 ‘밥 많이 주세요’라면서 말 걸며 극복했다고 합니다.

 

 

● 첫 번째 량’s PICK ! <박하사탕, 2000>

 

 

[청소년 관람불가 - 130분]

스무 살 첫사랑, 그 순수로 떠나는 시간여행. 다시 시작하고 싶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

 

◎ 개봉일 : 2000.01.01 / 2018.04.26(재개봉)

◎ 감독 : 이창동

◎ 주연 : 설경구, 문소리, 김여진

◎ 영화 소개 : 평점 ★ ★ ★ ★ ★ (9.0)

 

제일 먼저 소개해드릴 영화는 ‘나 다시 돌아갈래~!’ 라는 명대사와 장면을 만든 <박하사탕>입니다! 이 영화는 설경구=박하사탕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영화인데요. 사실 영화를 처음 보기 전 개봉 년도를 보고 저의 출생년도와 같은 것을 보고 흠칫 놀라기도 했습니다. ‘옛날 영화여서 재미없다고 느끼면 어쩌지?’ 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자리에서 한번을 안 움직이고 관람했습니다. 그리고 끝나자 마자 다시 돌려보며 새삼 설경구라는 배우의 연기력에 또 한번 감탄할 수 있었습니다. 자 그럼, N차 관람을 한 제가 느낀 관전 포인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관전포인트①★

기차가 거꾸로 가며,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진행되는 스토리!

 

박하사탕은 총 7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간단하게 줄거리와 함께 소개해드리자면,

Chapter #1, 야유회. 1999년 이미 모든 것을 잃은 영호는 첫사랑 순임과 처음 만났던 장소에서 하는 야유회에 난데없이 등장합니다. 깽판 아닌 깽판을 치다 철도 위에서 절규하며 영화는 시작합니다.

Chapter #2, 사흘 전 봄. 한 남자가 나타나 죽으려는 영호를 데리고 죽음에 가까워진 순임에게 데려다 줍니다. 이때 영호는 혼수상태의 순임에게 추억이 담긴 박하사탕을 보여주지만 그녀는 보지 못합니다.

Chapter #3, 삶은 아름답다. 영호의 아내 홍자가 운전 강사와 바람을 피우는 걸 잡으러 간 후, 영호는 가구점 직원 미스리와 바람을 피웁니다. 고깃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잘 지내는 모습을 보인 과거 자신이 고문했던 사람을 보고 삶은 아름답다며 작게 중얼거리고, 집들이 날 홍자의 눈물 섞인 기도를 듣다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1994년, 1987년, 1984년, 1980년 그리고 마지막 첫사랑 순임을 만났던 순수했던 스무 살 1979년에 도착합니다.

Chapter #4, 고백. 1987년 만삭인 홍자에게 사랑은 커녕 관심조차 주지 않는 형사 영호는 지칠대로 지쳐있습니다. 잠복 근무로 출장을 갔던 군산의 한 허름한 옥탑방에서 카페 여종업원을 품에 안으며 첫사랑 순임을 목놓아 부르며 눈물을 흘립니다.

Chapter #5, 기도. 신참 형사인 영호는 선배들이 제 눈앞에 시범 보이는 폭력적인 실상에 두려워하지만, 이내 내면에 있던 폭력성을 꺼내 점점 변해갑니다. 그렇게 제가 가진 순수함을 애써 무시하는 것처럼 순임을 거부하고, 본인을 짝사랑해오던 홍자를 선택합니다.

Chapter #6, 면회. 순임은 영호를 보러 면회를 오지만 만나지 못합니다. 전방부대의 신병인 영호는 긴급 출동을 준비하면서도 순임이 줬던 박하사탕을 급하게 챙기며 트럭에 탑승하는데, 면회를 거절 당하고 돌아가는 순임을 보게 됩니다. 비 오는 날에도 순임은 영호를 기다리고, 그 날 밤 영호는 광주역에서 총을 맞은 채 어둠 속에서 귀가하던 여고생을 순임으로 착각하고는 몰래 돌려보내는데 그저 겁주려고만 했던 총성은 여고생을 쓰러트리고 맙니다.

마지막 Chapter #7, 소풍. 이 이야기의 시발점이자, 끝. 10여명의 청춘들 사이에 갓 스무 살이 된 영호와 순임이 처음 만납니다. 꽃과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젊은 영호와 순임의 순수함은 보는 이들마저 행복하게 만듭니다. 순임이 건넨 박하사탕에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다”고 느끼며 20년 전으로 돌아와 이 영화는 끝이 납니다.

 

 

★관전포인트②★

분노와 후회, 허망함에서 순수와 풋풋함까지 세세히 그려내는 설경구의 연기력과 얼굴!

 

설경구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이미 한국계 영화에서는 물론, 칸에서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연기 먼저 보자면, 영화 초반에는 오로지 지금 삶에 대한 ‘분노’, ‘악’밖에 남지 않은 듯 했지만, 중반으로 갈수록 반강제적으로 스스로가 만들어낸 결과에 대한 ‘후회’와 첫사랑의 ‘그리움’이 묻어났으며, 후반에는 사랑을 시작하는 ‘설렘’, ‘행복’을 유연하게 보여줬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눈빛부터 표정, 행동 하나하나에 액세서리가 하나씩 더해지며 다양한 모습을 연출했는데요. 안경을 더해 날카로움과 예민함을 표현하기도 하고, 약간은 물기 서린 모습으로 절박함과 애절함, 대학생 시절엔 존재 자체의 귀여움(?)까지 차지게 표현했습니다. 스포츠머리같이 짧은 머리부터 영화 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길어진 머리까지. 그 시대의 은갈치 아빠정장부터 개구리 군복 같은 스타일도 볼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캐릭터 뿐만 아니라, 배경과 소품들도 다 같이 보게 되는데 지금과 다르거나 또 비슷한 부분들에 재미를 느낄 수도 있죠! 마지막으로 설경구의 노래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야유회에서 울부짖듯 부르는 ‘나 어떡해–샌드페블스’, 형사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여유롭게 부르는 ‘내일–심수철’까지 한번 들으면 계속해서 내적 흥얼거림을 유도하는 노래였죠.

 

 

★관전포인트③★

하얀 박하사탕 같던 삶을 얼룩지게 만든 그 시대의 비극, 사이로 보이는 정의의 애틋함!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시대적 모습입니다. 현 시대보다 과거의 영화이다 보니 보여주는 정서와 사용되는 단어, 느낌 등이 확연히 다릅니다. 영화로 영호의 삶을 봤을 때, 사회가 반강제로 개입하게 되어 영호 스스로 내적으로 대립하는 몇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줬던 장면이 바로 형사와 군인 신분의 영호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해서는 안되지만, 선배 형사들은 신참형사인 영호에게 용의자(혹은 범인)에게 고문을 해보라고 시키고, 영호는 처음에 그저 끌어안고 울먹이다 결국은 큰일(?)까지 치르도록 고문을 합니다. 처음엔 어려워했지만 나중에는 이미 물들어버린 그의 모습도 보여지게 되죠. 이는 정의를 생각하고 순수했던 영호가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군인 신분인 영호 역시 상병에게 욕설과 재촉 섞인 구타를 당하면서도 그저 허둥지둥 움직이는 와중에도 한 여고생을 살리려다 결국은 비극으로 이어집니다. 지금은 인권에 대한 인식이 올라가며 고문을 통해 자백을 받아내는 장면을 잘 보여주지 않지만, 이 역시 시대적인 모습이 투영된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군대 역시 신고 관련된 제도는 물론 스마트폰 사용 등 다양해졌기 때문에 이 역시 시대적인 변화를 알 수가 있습니다! 그저 순수했던 남자가 세월과 세파를 겪으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과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모습이 누구에게서나 볼 수 있을 법 하죠. 동시에 자신을 뒤돌아보고 순간순간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 두 번째 량’s PICK ! <불한당, 2017>

 

 

[청소년 관람불가 - 120분]

믿는 놈을 조심하라! 믿음의 순간 배신은 이미 시작되었다!

 

◎ 개봉일 : 2017.05.17

◎ 감독 : 변성현

◎ 주연 : 설경구, 임시완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영화는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별명과 불한당원이라는 어마어마한 팬덤을 만들어낸 영화 <불한당>입니다! 칸 국제영화제가 선택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스타일의 범죄액션 영화입니다. 불한당은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고 지금까지 팬들이 직접 영화관을 대관해서 볼 정도의 막강한 지지와 화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충무로의 나타난 젊은 감독의 감각은 원색의 색감과 만화적인 구성, 인물조합은 보는 눈이 즐겁게 만들어줬습니다. 감독은 제작 초기부터 성인들이 즐겨볼 수 있는 만화 같은 느낌으로 구상했다고 합니다. 필자가 설경구에게 빠진 가장 큰 동기였다고 할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자 그럼, N차 관람을 한 제가 느낀 관전 포인트를 소개합니다!

 

 

★관전포인트①★

감각적인 컬러, 만화 같은 연출

 

앞서 설명한 내용 중 하나인 색감은 크게 빨강, 노랑, 파랑, 초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재호를 상징하는 색은 노랑, 조현수를 상징하는 색은 파랑인데요. 색감에 따라 각 캐릭터들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도소 내 짝짝이 대회에서 나오는 재호를 포함한 전체적인 색감은 노랗습니다. 그러다 조현수와 등장부터 푸른 색감을 비추게 되죠. 중간중간 빨강은 악이나 위험을 의미하는 듯 합니다. 그 장면의 예로 재호의 지시로 현수 엄마를 트럭으로 칠 때 보이는 트럭은 빨강색이고, 노란 선을 살짝 넘게 됩니다. 초록은 감긴다고 했던 표현을 대변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노랑과 파랑이 섞이면 나오는 색이 초록인 거 다들 아시죠? 현수가 엄마를 잃고 잠복으로 교도소에 넣어버린 천팀장도 못해냈던 외출부터 장례까지 책임져준 재호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장면의 색감이 바로 초록입니다. 또한 현수가 재호가 꾸민 일임을 아는 상황에서도 화면은 초록색의 색감을 띄우고 있습니다. 마지막 재호가 현수를 만나러 가기 전에도, 비가 오는 장면과 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에서는 노랑에서 파랑으로 변해가는 것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현수는 파랑에서 노랑으로 변해가며 서로에게 물들어버리는, 색감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연출입니다. 배경에 있어 현수가 출소하는 장면부터 이미 한국이 아니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습니다. 쉽게 볼 수 없는 황야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교도소와 재호, 출소하면 주는 두부 대신에 햄버거를 본인이 먹는 모습까지. 흔하게 보던 교도소와 다른 구조의 교도소, 짝짝이 대회, 교도관들을 아래로 두고 있는 범죄자, 정체를 밝히는 경찰 등 쉽게 보던 연출은 아니죠. 또 촬영구도도 재호의 시점, 현수의 시점, 그리고 시청자의 입장으로 다양하게 보여졌습니다.

짝짝이 이후로 크게 건드는 사람이 없던 현수에게 은총이 내렸다며 목사는 재호를 ‘철창 안의 지져스’라 칭합니다. 실제로 교도소 내에 범죄자들은 물론 교도관들도 함부로 못 건든다는 것을 바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짝짝이 대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조그맣고 허연 현수가 나오자 사람들은 웅성대며 현수의 상대인 정식은 재호에게 해도 되냐는 허락을 구합니다. 재호는 손짓으로 응하며 경기를 시작합니다. 이 부분에서 가운에 앉아있는 재호와 허락을 구하는 정식, 짝짝이 대회가 끝난 후에도 현수의 방으로 마음대로 오가며 자신의 존재와 위치를 보여주죠. 건드려도 되는 사람과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 그 기준을 정하는 사람이 바로 재호인 것입니다.

교도소장 고향 선배인 성한의 등장에 파랗게 변한 색감과 순식간에 권력을 뺏겨 독방에 갇히게 된 재호는 후에 현수를 통해 다시 판을 제 쪽으로 뒤집습니다. 담배유통을 하고 있는 재호를 데리고 우스꽝스럽게 담배를 지닌 사진을 두고 대놓고 너스레를 떨며 교도소장에게 역으로 협박하는 모습이 현실과는 동떨어져있지만 그만큼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만화적 앵글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장면은 짝짝이 대회와 최선장을 만나서 나온 액션 씬입니다.

짝짝이 대회에서 제 덩치보다 훨씬 큰 정식에게 뺨을 맞자마자 뒤로 넘어가듯 쓰러지지만 오뚜기마냥 일어나 온 힘을 다해 싸대기를 때립니다. 몇번의 싸대기가 오간 뒤 현수는 손바닥에서 주먹으로 바꿔 정식을 치는데, 이때 손바닥에서 주먹으로 슬로우모션으로 바뀌는 모습과, 그걸 캐치해내는 재호의 눈빛. 그리고 정식이 주먹으로 쳤다고 따질 때 능청스럽게 아니라고 고갯짓하는 장면은 마치 웹툰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도장을 찾기위해 최선장을 만나러 간 자리에 현수가 만년필로 최선장의 손을 냉철하게 내려찍으며 싸움은 시작됩니다. 거구에게 잡힌 현수가 거구의 손에 들려 위아래로 흔들리고 던져지는 장면과 재호가 등장하면서 주먹 한 방에 상대를 때려 눕히고 자기야, 내 왔데이! 하는 장면 역시 직접 재호에게 달려가는 듯한 느낌, 현수가 날라갈 때의 위치 변화 등이 만화처럼 표현되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보여주는 장면과 장소, 시점의 이동 역시 기존과는 다르게 표현됐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현수가 누워있는 벤치의 빨간색이 교통사고를 당해 피를 흘리는 현수 엄마의 피와 머스탱을 타자마자 장소가 바뀌어 내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연출과 복선뿐만 아니라 숨겨진 내용도 다양해서 해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경 속 숫자 의미를 따라 재호 죄수번호 631와 현수 죄수번호 1526을 풀었을 때의 해석들과, 파랑이 노랑으로, 노랑은 파랑으로. 6에서 1로, 1에서 6으로. 마지막 현수가 머스탱 운전석에 앉아 있을 때 얼굴에 그려진 십자가 모양 핏자국은 재호에게 죽음을 선사함으로써 그를 악에서 구원했다 등등 많은 해석이 있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맞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여러 가지로 해석이 나오는 만큼 같은 장면의 다른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관전포인트②★

주연만큼 인상 깊은 조연들!

 

삼촌인 병철보다 재호를 믿고 따르는 병갑과 반드시 잡아넣겠다는 목표가 확실한 현수의 상사 천팀장 인숙까지. 이들은 주 캐릭터인 재호와 현수만큼 자주 등장하고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인숙은 고병철을 잡기 위해 상사들에게 잠복을 요구한 뒤 승필은 취업을, 현수를 입학시키죠. 입학시키는 조건으로 건강이 안 좋은 현수 엄마의 신장을 구해주겠다는 조건으로 현수를 재호의 옆으로 보냅니다. 현수를 믿으면서도 자칫 계획이 틀어지면 바로 버릴 준비가 되어있는 야망으로 가득 찬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본인이 취업시킨 승필이 쓸쓸한 시체로 발견됐을 때에도 현수가 계획을 망칠까 말하지 않았고, 현수 엄마가 죽게 된 원인이 재호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묻고 넘겼습니다. 병철을 만나러 가서는 겁먹은 기색 하나 없이 경고를 날리며, 현수를 마주쳤을 때도 태연하게 처음 보는 얼굴이네? 라며 인사를 합니다.

그렇게 현수를 심은 인숙은 현수가 알아낸 정보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지만 이미 불한당이 되어가고 있는 현수였기에 번번이 실패하죠. 이에 의심을 살까 현수도 당한 척 총을 맞고 병원에서 수술을 하는 동안에도 머리에 총 맞은 게 아니니 제 앞으로 데리고 오라고 악을 쓰며 오로지 계획 이행에 대해서만 바라봅니다. 이는 마지막에 결국 현수 손에 매정하게 죽게 됩니다.

 

 

재호의 옆에 있는 병갑은 SNS를 통해 현수와 승필의 존재를 파악하고 손쉽게 그들의 정보를 알아냅니다. 첫 장면에서 본 것처럼 제 곁으로 취업한 승필은 회를 먹다 바로 총을 쏴서 곧바로 죽이는 잔인하면서도 죽을 때 눈을 못 본다며 생선 눈을 깻잎으로 덮는 귀여운(?)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병갑은 재호 한정으로 헌신적인 캐릭터입니다. 혈연인 병철이 재호를 치려고 하자, 은근슬쩍 만류하거나 재호에게 이 사실을 바로 알려서 병철을 칠 계획을 세웁니다. 현수가 출소한 뒤 재호가 감겠다고 하는 것에 의아해하면서도 질투하고, 공동회장 자리를 제안하려다 재호 눈치를 보고 슬그머니 뒤로 빼는 모습, 병철에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맞은 후 우는 모습, 냉면 먹었다고 맞아서 멍든 모습, 재호와 떡볶이를 먹는 모습 등 어두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약간은 풀어주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헌신적이었던 만큼 더 안타까웠던 장면이 재호가 현수를 보러 가기 전입니다. 현수는 재호가 병갑을 치도록 얘길 하고, 사실 그걸 알고 있었지만 감아보려 했다 되려 감긴 재호는 본인의 사무실로 병갑을 부릅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재호의 높은 직급에 싱글벙글했던 병갑은 재호가 휘두른 명패에 결국 무릎을 꿇게 됩니다. 그 와중에도 병갑은 뭐에 씌인 거라며, 재호는 아무 잘못 없다는 듯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조현수를 욕하는 말에 재호는 매정하게 제 오랜 친구이자 방패같던 병갑이를 내려칩니다.

 

 

★관전포인트③★

감고 감기는 관계!

 

20년간 서로를 짓밟고 밟히며 누구 하나 믿을 사람 없는 재호. 엄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현수.

정반대의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닮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가 불한당입니다. 초반에 재호는 경찰인 현수를 감아 이용하려고 하고, 현수는 재호와 친해져 정보를 빼돌리며 병철까지 한번에 잡으려고 하죠.

짝짝이 대회에 나타난 혁신적인 또라이는 멍도 예쁘게 들고, 김성한이 병철의 지시를 받아 본인을 담그려 했을 때, 이유 없이 도와준 현수에게 자꾸 눈이 가게 됩니다. 병갑을 통해 현수가 경찰임을 알게 되고, 깡도 있고 몸과 머리도 잘 쓰는 현수를 옆에 두려고 현수 엄마를 교통사고로 죽일 계획을 세우죠. 얼마 후 신장 수술을 하러 가다 뺑소니로 현수엄마는 죽게 되고, 현수가 울부짖는 모습을 보고 계획을 이뤘다는 만족보다 눈썹이 한껏 내려가 충격에 휩싸인 표정을 짓는 재호는 저렇게까지 슬퍼할 수 있나 싶은 의문과 동시에 죄책감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현수와 둘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스스로 경찰임을 밝히며 믿음을 보이는 장면에서도 당황한 기색이 보이는 오묘한 표정을 볼 수 있습니다.

현수는 재호와 친해지기 위해 제 한 몸 흠집 나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정식이 성한의 지시로 재호를 공격하려 할 때 현수가 정식을 막으며 재호를 돕고, 그렇게 친해진 후 알까기 소원으로 현수는 재호와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됩니다. 뺑소니범이 잡히기 전 엄마 장례만이라도 치르게 해달라고 인숙에게 부탁하지만 인숙은 그마저 들어주지 않죠. 그 때 교도소장이 현수를 불러 재호가 외출이랑 장례비용을 다 대줬다고 다녀오게 한 후, 엄마밖에 없던 현수는 빈 자리에 재호를 들이게 됩니다.

 

 

출소 후, 현수는 본격적으로 재호와 함께 다니기 시작합니다. 현장을 뛰기도 하고 러시아 마약거래상인 게가드까지 함께 만나러 갑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넥타이를 매만지는 장면에서 둘의 관계가 교도소에서보다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현수는 경찰임을 고백하고 난 뒤 계속해서 믿음을 보여주는 현수지만, 재호는 그저 웃으며 넘기며 계속해서 현수를 경계합니다.

게가드 미팅 날, 같은 팀 민철이 직접 현수를 만나러 옵니다. 최선장을 시계로 때려 새로운 시계를 건네주러 온 건데, 현수 역시 민철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그러다 재호가 오자 변태라고 변명을 하지만 재호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민철을 밟아버리고 엘리베이터에서 현수를 벽에 밀어붙이고 재차 확인하죠. 거기서 현수는 아직도 본인을 믿지 못하는 재호에게 화를 냅니다. 또 현수는 인숙의 지시로 납치되듯 끌려간 뒤, 재호에 관해 입을 열지도 않고 오히려 경찰 쪽에 불신을 키워가게 됩니다. 그럴 수록 현수의 믿음은 재호 쪽으로 커지고, 재호는 그런 현수의 모습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순수하게 바다로 가 그들만의 시간을 즐기죠.

재호는 현수를 만나고, 지나가듯 현수가 이렇게 사는 것이 지겹지 않냐는 말에 이렇게 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살려고 한다고 대답을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호는 점점 손을 놓으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신의 가장 가까운 부하인 영근에게 현수가 했던 질문을 하거나, 현수에게 지금 있는 약만 다 팔고 다 정리할까 라며 씁쓸하게 이야기 합니다.

어느새 서로에게 단단히 감긴 그들의 끝은 결국은 죽음이었습니다. 어쨌든 현수는 경찰이었고 재호는 마약매매업자입니다. 사실 그것보다 재호는 현수 엄마를 죽였다는 죄책감과 현수에 대한 마음이 컸고, 현수는 믿었던 만큼 배신감이 컸습니다.

그들의 마지막이 다가왔을 때 서로의 눈에는 다른 사람들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잠복해있던 경찰들에겐 두 눈 부릅 뜨고 총을 쐈지만 현수에게는 그러지 못했으며, 사실을 알았을 때 역시 모르지 그랬냐는 후회 섞인 대답을 합니다. 현수는 제 손으로 재호를 죽이는데 재호는 반항 한번 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며 비로소 현수는 노란 빛을, 재호는 파란 빛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외로도 설경구의 캐릭터하면 섬세하지만 투박한 역(ex. 강철중)들과는 확실히 차이 나는 스타일리쉬하고 젊은 감각을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쓰리피스 정장을 입고 현장을 뛰어가는 모습이나, 후줄근한 죄수복을 입은 모습도 세련되어 보이고 또 섹시하기까지 합니다. 사람을 믿지 말라던 재호가 죽음을 앞두고 제 행동에 대해 나 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 일러주는 어찌보면 느와르 장르에 멜로 한 스푼 넣은 영화, 불한당이었습니다.

 

원래 불한당 자체이던 한재호가 조현수를 만나 제 자리를 이어주는, 그래서 새로운 불한당 조현수를 만들어 내는 어찌보면 조현수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도 감독이 얘기할 정도이니, 둘의 관계성에 더욱 집중해서 보시면 영화에 대한 재미를 배로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으로 선택해 보았던 량’s 관전 포인트였습니다!

사실 추천해드리고 싶은 영화와 관전 포인트 역시 너무나 많지만 다 쓸 수 없었던 점,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  그래도 그 중에 추리고 추려서 꼭 알려드려야겠다 싶은 포인트를 적어봤습니다! (두서없이 적어서 제대로 들어오실까 걱정이 됩니다.ㅠㅠ) 또 ‘설경구’라는 배우에 대해서 이런 연기를 했었구나, 이런 게 어울리는 구나 등등 배우에 대해서 새로 알아가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을 재미있게 보신 분들도 계실 거고, 휙휙 넘기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름 n차하면서 하나하나 생각하며 찾아낸 포인트기에 혹시나 추천 영화를 보실 일이 생기면 보셨던 분들은 관전 포인트를 한 번씩 되새겨 주시면서 보시고! 안 보셨던 분들은 필자가 말한 게 이거구나 찾으면서 즐거운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머글에서 입덕까지! 필모 뿌시기> 오늘의 배우 : 설경구 편 이었습니다.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٩(ˊᗜˋ*)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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